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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나의 말「말그릇」김윤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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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나의 말「말그릇」김윤나

GOGOCALI 2019. 10. 21. 20:45

 

"사람은 누구나 인정과 공감을 갈망한다. 성공과 욕망을 쫓다가도 결국에는 쉴 수 있는 품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도 비난 대신 그동안의 노력을 알아주길 바라고, 실수했을 때에도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기를 바라고, 어려운 도전 앞에서 나의 능력을 의심하기보다 가능성을 믿고 응원해주기를 바란다. 따라서 그러한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 즉 말 그릇이 큰 사람 주변에는 자연히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책을 읽는 내내 혼나는 느낌, 부끄러운 느낌, 그리고 후회되는 느낌을 받았다. 문장 한줄한줄이 나의 감정을 출렁이게 하였다. 일상생활에서 나의 입에서 내뱉는 문장, 억양, 얼굴에서 드러나는 표정, 제스처 등은 아주 최악이다. 짜증을 많이 내고 감정 표출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또 하지 못하고) 말끝을 항상 흐리고 있다. 타고났다고 생각했었지만 내가 이때까지 지내온 환경을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썩 그렇게 좋은 곳들은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좋다. 하지만, 다음에 내가 머물 곳은 좋지 않기에 튼튼한 대비를 해야 한다. 폭풍, 허리케인 그 이상일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에 물들까 걱정이다.

"'슬픔'이라는 감정만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거나 가지지 못했을 때 무작정 슬픔과 우울함 속으로 빠져든다. 적극적으로 해결해보려는 의지를 스스로 꺾고, 주변의 괌심과 위로를 기다리면서 삶을 소비한다. '화병'과 우울증'이야말로 감정에 서툰 사람들이 자주 걸리는 덫이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기에 나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라는 말이 싫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지만 현재의 모습의 발자취들이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다가 생긴 검은 과거들은 나를 조여 올 때가 있다. 슬픔의 문턱을 넘어 절망감과 혐오감에 빠지게 되고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된다. 언제 찾아올지 몰라 무섭다. 이러한 패닉 상태에 빠진 나의 머릿속에서는 '그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보다는 '그때 왜 그런 말 했을까'가 더 자주 떠오른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감탄과 한탄이 오갔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고 앞으로 조금이라도 이쁜 말을 하여 '모진 나'를 '다정한 나'로 바꿀 기회의 길을 그려주었다. 나의 모습을 부끄럽게 생각하기보다는 이 부끄러움을 껴안고 인정하고 나아가 볼 생각이다. 물론 서투를 것이다. 항상 서툴기에.

"수년간 내게 상처를 주었던 말들도, 그 말을 내뱉은 사람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었다. 말들은 그들의 상처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들도 몇십 년 전에는 아름답고 순수한 존재였다. (중략) 특정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지 않고 심지어 미워하기까지 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내게 상처를 준 그들의 행동과 말이었다. (중략)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여전히 본래의 순수함이 남아 있다. 단지 삶의 고통을 겪으면서 흐려져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는 남이 나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너무 싫다. 사소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많이 휘둘린다. 그러나 상처를 주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어 그러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본다면 어떨까 싶다. 상처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저마다 상처를 껴안고 숨기고 살고 있을 뿐이다. 숨기고 있지만 문장, 억양, 행동 등으로 보인다. 이젠 부정하기보다는 너그럽게 바라보거나 이해하려고 해보고 싶다. 정말 나의 삶과 주변이 바뀌는지. 삐걱되더라고 나아가 보자.

항상 나에게 필요한 책을 소개해주셔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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